목록용기낸 이야기 (11)
Truth be told
다른 사람은 모르겠다. 나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합의'에 대한 편견 아닌 편견. 피해자 입장에서 합의를 한다고 하면 '꽃뱀'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먼저 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비난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피해자 입장에서는 '합의'는 그저 또 다른 상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두려움과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큰 이익이 있어야 한다. 우선 합의를 통해 피해보상, 손해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주위에 많아서 합의, 피해보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합의' 하면 금전적 합의금을 먼저 떠올린다. 물론 합의의 시작은 합의금이다. 합의금에서 이견차이가 있으면 더 이상 합의 과정을 진행할 수가 없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33485.html 2월 4일,SBS스페셜 방송이 끝나고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새벽 1~2시경에 장문의 톡이 왔다.한겨레 기자님이었다. 톡으로 이야기를 하고 처음 기자님을 만난 곳은 춘천지방법원이었다.이때는 기자님이 맞는지... 조금 의심이 들었다.때로는 너무 솔직하시고, 때로는 너무 덜렁거리셨다.내가 생각했던 기자님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마 이때부터 기자님에 대해서 경계를 풀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기자의 모습이었다면,이런 내용의 인터뷰 기사가 나올 수 없었을거다. 2월 9일 인터뷰 하는 날, 한겨레 본사에서 사진을 먼저 찍고,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서 유명한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인터뷰를 하기 위해 사..
되도록이면 블로그 글 쓸때 감정적으로 안쓰려고 했는데 이번 글을 감정적으로 쓸 수 밖에 없다. 무엇이 그리 억울해서무엇이 그리 불만이여서 항소이유서를 그렇게 냈을까? 나보다 더 억울하고나보다 더 불만일 수 있을까? 공소기각? 무죄? 정말 말이 된다고 생각해서 항소이유서는 이렇게 낸거세요?말도 안나온다 정말....반성문 3번이나 제출했길래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나보다 했는데아니 웬걸.....반성은 커녕 항소이유서를 말도 안되게 써서 냈네. 진짜 기억상실증 걸렸거나 진짜 뻔뻔하거나 둘 중에 하나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었으면 좋겠다. 2018년 1월 10일 15시 30분.항소심 1차 공판. 1월 5월 국가고시.내가 국가고시에 떨어지면 그건 나만의 책임일까? 왜 자꾸 죄를 가중시키는지 모르겠다....진짜 너무 ..
진정서와 탄원서를 같은 말로 사용하기도 하는데,진정서를 처벌을 해달라고 진정을 하는 것이고,탄원서는 선처를 해달라고 탄원을 하는 것이다. 진정서는 사건 당사자가 쓰기도 하고,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모두가 쓸 수가 있다. 다만, 진정의 이유와 취지를 써야하기 때문에 사건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고 있으면 좋다. 나도 진정서라는게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알아보고 주위사람들에게 진정서 좀 써달라고 부탁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였다. 그 과정에서 많이 힘들기도 했다.세상에 진정서를 써본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사정이야기하고, 사건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고, 진정서를 쓰는 요령, 예시를 알려드리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전화로 이야기만 했을 뿐인데 기운이 하나도 없고 지치게 된다. 진정서를 써..
검사측(피해자쪽) 증인이 나를 포함해서 9명이었다.초등학교 당시 같이 운동했던 언니, 동생들 4명과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중학교 체육선생님, 병원원장님, 임상심리사 선생님까지.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는 것은 아무리 친분이 있다해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경찰조사에는 담당 경사님께서 사실확인서를 써준 언니, 동생들 집으로 찾아가주셔서 감사했지만,법정진술은 다르다. 직접 관할법원으로 와야하고, 날짜와 시간을 조정해서 출석할 수 없다.그리고 판사, 검사, 변호사가 있는 자리에서 선서를 하고 진술을 해야한다. 사실확인서를 써주거나 경찰에게 전화로 진술을 하는거랑은 차원이 다르다.재판이 열리기 전, 경찰이나 검찰 조사에서는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던 증인들도 법원에 법정증언을 하러 가야한다고 하면 부담스러워한다.이유를 ..
2001, 2002년도에 같이 운동했던 언니, 동생들이 증인이 되어주겠다고 했다. 증인이 된다고 해도 무엇을 도와줄 수 있겠냐며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그들이 무슨 말을 한다고 한들 도움이 되겠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확신했다.이들의 진술에 많은 힘이 실릴 것이라고.그 이유는 나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성폭행"이라는 강간을 당한것이지만, 그들은 "강제추행"이라는 성추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상습적으로 선수들을 자기 옆에 눕혀서 이불을 덮고 몸을 더듬고 만졌다.내가 당한 성추행 중에는 내 윗옷 안으로 손을 넣어서 가슴을 만진 경우도 있었다.(더 심한 성추행도 있는데 자세히 서술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렇게 나를 제외하더라도 다른 선수들도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2016. 5. 19 페이스북 폭풍 검색, 몇 일전 봐서는 안될 사람을 대면한 후에 가장 먼저 한 일. 2002년 원주로 전학을 간 후로 연락이 끊긴 초등학교 선후배를 찾기 위해 페이스북을 몇 날 몇 일을 검색했다. 2012년에 연락이 닿지 않았던 언니부터, 그 때는 연락을 했지만 지금 연락이 닿지 않는 후배들까지. 2012년에 더 용기있게 설득하지 못한것이 아쉬웠기에 이번에 연락이 된다면 용기를 내겠다고 다짐을 했다. 한 2~3일 검색했나.. 이 사람 저 사람 페이스북을 꼼꼼히 살펴가면서 찾은 끝에..... 동생 세명, 언니 한명과 연락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더 친하게 지냈던 동생과 언니는 내 사건이 아니도라도 너무 찾고 싶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반가웠다. 다른 동생 두명도 잘 살고 있고 ..
2017. 10.25 #미투(#Metoo) 캠페인에 대한 소개글이 나온 인터뷰 기사. 언젠가 때가 되면 실명을 공개하면서 인터뷰하는 기사가 나오기를 바란다.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힘을 주시는 감사한 분들이 한 둘이 아니다.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그만할 수도 없다 ^-------------------------^ 나는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원치 않는다. 다만, 나를 필요로 하고 나의 도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예외다. http://news.joins.com/article/22048142
2016. 12. 6 광주에서 국선변호를 맡아주셨던 변호사님께 전화가 걸려왔다.피의자가 자백을 했단다. "자백했어요." "네????????" "자백했어요. 피의자 자백해가지고 어제 조사했는데 검사님한테 오늘 전화가 왔고, 피의가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해에 대해서 전부 자백을 했어요." "아.... 진짜요..." "검사님 말씀은 피의자가 변호사와 동석해서 조사를 받았고, 범죄사실에 대해 전부 다 자백을 했는데 조사를 마치고 나서 변호인 통해서 피해자가 혹시라도 합의 의사있는지 말씀 좀 전해달라고 해서 연락했다고 하더라고요." "전 전혀 없는데...." "그럴거 같아요. 그래도 전달은 해야되니까 합의의사 확인해서 연락드린다고 했거든요." ...... "그런데 왜... 자백을 했는데 마음이 더 편치 않은 것 ..
2017. 2. 21 혹시 모를 증서 수집을 위해 강원도 교육청과 철원교육청에 전화를 걸었다.14년 전 문서가 남아있냐는 질문에 놀란 목소리로 재차 "14년 전이요?"라고 물었다. 몇 번이나 부서를 바꿔가며 전화를 연결한 끝에 들은 대답은 '자료가 없다'였다. 허무했지만, 담당자들의 걱정스런 목소리에서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담당자분들이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알 수가 있었다. 자초지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으면 하나같이 기록이 없어서 아쉽다는, 도움이 안되서 미안하다는 목소리였다.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진심어린 위로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렇게 뻔히 없을 걸 알면서도 일일히 확인 전화하면서 알아보니 허무함 뒤로 할 수 있는 일 중에 뭐라도 했다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가벼워졌다. 아에 수확..